우리는 대부분 자식 노릇과 부모 노릇을 겸하여 살아갑니다. 흔히 부모 마음은 부모가 되어 봐야 안다고들 합니다. 철이 들어서야 부모 사랑을 깨닫게 되지만, 그 애틋한 마음을 지속하기는 참 어렵습니다. 같은 부모 입장이라도 눈에 보이는 자식에 비해 늙으신 부모님은 늘 뒷전입니다. 그래서 뒤늦게 후회하기 마련입니다.
우리의 부모님은 선한 목자와 같은 분들입니다. 양들을 위해 목숨을 건 목자처럼 보통의 부모님이라면 누구든 내 자녀를 위한 일에는 목숨을 걸 듯 사셨습니다. 특히 부모님은 양들이 드나드는 문과 같은 역할을 하셨습니다. 세상으로 나오는 문, 자라는 동안 지혜의 문, 경제적인 살림의 문 등 자녀들은 부모가 만든 사랑의 문턱을 넘으며 이만큼 살게 된 것입니다.
목자와 양의 관계는 친밀함입니다. 양은 목자의 음성을 알고, 목자는 양의 이름을 압니다. 친밀한 관계는 견고한 신뢰를 이룹니다. 맹목적이거나 이해관계에 얽혀서가 아니라 그런 신뢰 관계 때문에 양은 목자의 인도를 따르고 목자는 양을 위해 목숨을 거는 것입니다. 목자이신 예수님은 양들에게 풍성한 생명을 약속하셨습니다.
1990년대 초까지 6년 동안 방영되면서 우리나라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맥가이버]라는 TV드라마가 있습니다. 그때 주인공의 목소리 더빙을 맡아 유명했던 성우 배한성씨가 어느 날 인터뷰에서 이런 질문을 받았습니다. “그 탁월한 목소리는 아버지께 물려받은 거죠?” 그는 갑자기 말문이 막혔습니다. 아버지 없이 홀어머니 슬하에서 자랐기 때문입니다. 아버지는 한국전쟁 이후 소식을 알 길이 없었기에 평생 원망의 대상일 뿐이었습니다.
아버지의 대한 기억이 전무했기에 자신의 목소리가 아버지의 유산이라는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인터뷰 이후 ‘아버지의 유산’이라는 말이 가슴에 꽂혔다고 합니다. 그래서 두고두고 원망하면서 아버지를 잊어버리려고 했던 자신이 부끄러워진 것입니다. 그 뒤 아버지의 유산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품게 되었다고 고백했습니다.
자녀인 나는 얼마나 어리석은 양입니까? 선한 목자의 은총으로 내가 존재하고 있음을 너무나 자주 잊고 살아왔습니다.
지금 부모된 나는 목자 노릇을 잘하고 있습니까?
좋은 부모가 되려면 나부터 선한 목자이신 예수님의 마음을 지녀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