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친구들과 학교 운동장에서 놀고 있을 때였습니다. 운동장 한편에 모래판이 있고 그 옆에 무지개다리와 철봉이 있었는데, 친구들은 철봉 위로 올라가 무지개다리로 점프해서 넘어가는 놀이를 신나게 했습니다. 하지만 친구들보다 작고 몸도 약했던 저는 밑에서 친구들이 노는 모습을 보며 그저 “조심해”만 연신 외쳐댔습니다. 그런 제가 맘에 걸린 친구들은 “너도 할 수 있어.”라고 저를 부추겼습니다. 친구들 말에 갑자기 용기가 나서 철봉 위로 올라가 무지개다리로 힘껏 몸을 날렸습니다. 그러나 무지개다리에 턱이 부딪히며 떨어졌고, 턱 밑이 크게 찢어졌습니다. 그 뒤로 키도 커지고 몸도 튼튼해졌지만, 한참 동안 철봉과 무지개다리는 제게 두려운 운동기구였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자잘한 어려움을 만나고, 그 어려움에 맞섰다가 실패를 경험하곤 합니다. 실패 때문에 두려움에 빠지고 ‘난 안돼!’라는 일종의 트라우마를 겪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에게 미디안은 그런 상대였습니다. 미디안의 힘에 눌려 산에 있는 동굴과 요새에 도피처를 마련해서 숨어지냈고, 미디안 때문에 전혀 기를 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 하나님께서는 기드온을 불러서 미디안 족속의 손에서 이스라엘을 구해내라고 하십니다. 기드온이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던진 질문은 소명을 받은 모세의 질문과 유사합니다. “내가 어떻게 구할 수 있습니까?” 모세가 이집트의 힘 앞에서 초라하게 도망친 사람인지라 이집트에 대항하는 것이 두려웠듯, 미디안 앞의 기드온이 그랬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모세에게도, 기드온에게도, 지금 두려움에 사로잡힌 우리에게도 같은 말씀을 하십니다. “내가 반드시 너와 함께 하리니(16).“ 주님의 대답은 한결같습니다.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하시는 것, 그것이 곧 우리의 능력이고 위안이고 희망입니다. 하나님은 그저 용기를 북돋워 주는 것으로 끝내지 않으십니다. 우리와 함께하시며, 우리에게 능력을 부어주십니다. “내가 반드시 너와 함께 있을 것이니, 네가 미디안 사람들을 마치 한 사람을 쳐부수듯 쳐부술 것이다(16, 새번역).” 이것이 두려움에 주저하던 기드온에게 하신 약속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와 함께 하시면 우리를 두렵게 하는 모든 상황에서 이길 수 있습니다.